​[숙면 과학 그리고 조명계획] 

빛은 인류가 생존하고 사물을 인식하는데 절대적인 조건이다. 현대건축에서는 이 개념을 넘어 공간의 볼륨을 인식하는 것과 다양한 목적에 의한 공간별 조명계획을 중시한다. 어떤 공간이든지 목적이 있기 마련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조명계획은 공간의 목적을 좌우할 정도의 핵심 솔루션이다.

크게 상업공간, 업무공간, 주거공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업공간은 업무공간이나 주거공간에서 머무는 시간보다 훨씬 짧은 4시간 정도이다. 이 짧은 시간에 상업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직관적이며 자극적인 방법으로 그 공간을 표현하려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상업공간의 조명은 좀 더 화려하고 자극적이며 다채로운 빛을 응용하게 된다.

업무공간은 집단적 생산성을 중요시하므로 근무자의 업무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할 것이다. 그 목적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 중 조명계획은 좀 잔인한 방법에서 기초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무자의 두뇌는 항상 긴장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며 최상의 산술적 역량을 발휘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방법의 조명계획은 제법 효과적이다. 즉, 직접조명을 촘촘하게 설치해 조도를 필요 이상으로 높이고 그늘진 공간을 없애는 것이다. 업무공간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밝기가 일정하며 조명 배치도 일정하다. 그리고 특별한 것은 간접조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접조명에 의한 강한 스팟이 근무자의 뇌를 끝없이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하루도 퇴근하면 급피로가 밀려오게 된다. 오늘도 나도 모르는 사이 사무실 조명은 나의 역량을 과하게 사용하게 한 것이다.

주거공간에서는 위 두 공간과는 다른 관점에서 조명계획을 해야 한다. 주거공간의 이슈 중 하나는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숙면 과학을 용용한 ‘숙면형 인간’이다. 현대인들은 질 낮은 수면에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많다. 하룻밤 깊은 숙면은 다음 날 아침 아주 상쾌할 뿐 아니라 컨디션도 좋아 업무효율은 물론 긍정적인 일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기업들도 이점을 간파하여 숙면 과학에 기초한 상품들을 내놓고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벗어나면 숙면을 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를 공기가 좋아 잘 잤다며 죄 없는 도시의 공기 탓을 한다. 분명한 것은 조도 차이로 인한 뇌의 긴장감 저하가 더 큰 원인인데 말이다.

상담하는 많은 고객이, 업무공간에서 필요 이상으로 밝고 강한 스팟에 부딪치는 직접조명에 익숙해서인지 집에서도 다운 라이트를 촘촘하게 설치하고 어두운 곳이 없도록 요구하는 일이 많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집에서도 긴장된 상태로 일할 것이 아니라면 스팟이 없는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직접조명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공간에 음영이 생기고 볼륨감이 높아져 업무공간의 휑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감성적 공간이 연출될 뿐 아니라 휴식과 숙면에 크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참고할 것은 호텔은 직접조명이 거의 없고 간접조명 위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편한 휴식이 목적인 호텔의 상업적 전략이지만 제법 인간적이다. 당연히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한 호텔이라면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도 숙면 과학을 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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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니브원 대표.실내건축가 노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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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