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 No.1997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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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공간의 관찰]
나는 사무실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다. 나름 사무실을 찾아준 손님에게 내어놓는 커피는 전문 로스팅 샵에서 주문한 ‘과테말라 안티구아 핀카 벨라 까르모나(Guatemala Antigua Finca Bella Carmona)’ 커피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커피는 향이 감미롭고 산미가 없다. 고소한 맛과 부드러움이 핸드드립에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고 그때부터 핸드드립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 어느 날 커피숍에서 커피 위에 떠 있는 'crema'라고 하는 지방 성분을 보고 나는 흑염소 중탕하듯 고온에서 쥐어짜는 이 커피 추출방식이 너무 야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간을 다루는 직업상 손이 예뻐야 하기에 커피 한잔이라도 핸드드립으로 내어 드린다.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19세기 초 프랑스의 신부들에 의해 들어왔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19세기 말 외교사절단과 함께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조선왕실에서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고 19세기 말 미국 유학자 유길준의 서유견문(西遊見聞)에 커피에 대한 공식 기록이 있다. 커피는 물에 커피가루와 설탕을 함께 넣은 다음 끓여서 마시는 터키식 커피와 필터에 커피를 먼저 담은 다음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드립커피가 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커피의 인기가 높아지고 대중화됨에 따라 좀 더 빨리 커피를 제공할 수단이 요구되었다. 추출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을 가진 드립커피는 대량 추출이 가능한 레버식 커피머신의 등장으로 이제는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이용되고 있는 편이다.
커피는 일반적으로 “카페”를 연상하게 되고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적당한 음식점을 찾는 것보다 수월한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이용하는 이유는 사교 및 비즈니스 등도 있겠지만 커피와 함께 공간 자체를 즐기기 위한 곳으로 이용 방식이 변했다. 비슷한 커피만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어서 공간에 특징 있는 ‘Concept’을 도입한 것이다. 커피와 공간의 감성적 결합으로 커피 맛은 더 품위 있게 되었고 공간을 이용하는 만족도 또한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하루일과 중 약 4시간을 상업공간에 할애하는 것으로 보면 객단가에 비해 머무는 시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공간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공간을 관찰하게 된다. 공간에 머무는 시간에 따라 관찰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수 분 정도의 잠깐 머무는 곳이라면 그 공간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지만 몇 시간 정도 머물게 된다면 우리는 오감으로 공간을 관찰하게 된다. 시각은 형태와 컬러, 디자인과 소품들을, 청각은 공간에 흐르는 음악이나 백색소음을, 후각은 공간의 청결이나 주인의 배려를, 촉각은 손에 잡히는 물건들의 품위나 섬세함을, 이 느낌들이 조합되어 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래서 그 공간이 카페일 경우 공간의 감성적 즐거움과 함께 커피 향은 더 진해지고 커피 맛은 품위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미각은 마지막 절정을 이루며 나와 커피와 공간이 동화되어간다.
(주)유니브원 실내건축가 대표 노현상
No. 1997 Cafe
동대문구 경희대로 6-1 (회기동 16-52) / 2층
0507-1335-2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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