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 단독주택 90㎡ 리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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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집으로 부터 ]
집은 건물과는 다른 의미로 이해되는 마음의 고향 같은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여름날 새 찬 장맛비 풍경과 겨울의 눈 쌓인 지붕과 흙 담장을 기억한다. 마당의 누런 황톳빛 색깔을 기억하며 봄에는 코끝을 자극하는 향긋한 풀 내음, 포근한 아지랑이 공기를 기억한다. 심지어 집의 구조나 형태는 거의 완벽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아무리 멀리 가 놀아도 끼니때면 목청껏 불러주는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한다.
나는 사랑이라는 것이 뭐 대단한 줄 알았다. 사랑은 희생, 이해, 용서, 믿음, 진실 등의 키워드로 불확실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만 관계가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사회집단에서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고 성장하면서 확장되는 것임을 알았다. 그 사랑의 저변을 형성하는 것이 집이었고 주변의 돌들과 풀과 바람과 구름이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나의 어릴 적 삶의 환경은 완벽했다. 넉넉함 중에도 부족함이 있었고 부족함 중에도 넉넉함이 있었다. 나의 작은 집은 내 키가 이만큼이나 클 수 있었던 놀이터였고, 어디서도 문학으로 말할 수 있는 이야기 공장이었고, 플라톤의 교육사상이 무색할 만큼 부모 형제들로부터 예절과 관계를 배우는 최고의 학교였다. 집을 중심으로 삶의 환경이 완전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집을 건물로 보면 모든 것을 담아두었던 삶의 흔적들을 지워버리는 것 같고, 건조하다 못해 영혼 없는 공허함에 서글퍼진다. 그것이 내 집이든 남의 집이든~~.
(주)유니브원, 실내건축가 대표 노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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