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상의 생각하는 건축 | 공간의 유통기한 알아보는법 2019-07-31 09:43
페이지 정보
본문
공간의 유통기한을 알아보는 법에 대해 살펴보려합니다.
사람의 생명이 다했을 때 병증이 나타나 듯 생명이 다한 공간 역시 나름의 증상을 보인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내가 사는 곳과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 집 안을 하나 ,둘 채우는 것이다.
기존의 집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시도들은 집의 유통기한이 다 됐음을 알리는 전조 증상과 같다.
실제로 직관이 발달한 사람들은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는다.
분명 집에 오기 전까지는 기분이나 컨디션이 괜찮았는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마음이 울적해지고 무거워지는 것이다. 편히 쉬고 충전해야 할 공간이 신경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집에서 쉬면 쉴수록 몸이 아프고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한다.
가구는 낡아 보이고 어디선가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거실의 불빛마저 짜증이 난다 .
이런 집에 살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 집, 좋은 환경처럼 보일지라도 내 눈에는 부족하고 지루해 보이는 것이다 .마치 헤어지기 전에 연인처럼 처음 집을 고르고 꾸몄을 때의 장점은 보이지 않고 단점만 크게 보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증상은 집에 대한 그리움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먼 곳으로 여행을 가면 집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하루 이틀 여행을 하다 보면 처음에 흥분은 가라앉고 집이 제일이고 집보다 편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반대인 경우가 있다. 집에만 들어오면 밖으로 나가고 싶고 여행에서 도착한 그날부터 또 다른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여행 가방은 늘 대기 중이고 SNS에는 낯선 곳에 대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유목민처럼 자신의 집을 텐트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다른 요인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나 여러 가지 사건 때문에 기분이 바뀌고 변화를 주고 싶을 때도 있다 .
하지만 이 모든 변화는 결국 내가 사는 공간에 담겨질 수밖에 없고 지금의 공간이 이제는 더 이상 내면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 공간의 유통기한이 다 된 것이다.
이럴 때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다.
과감하게 다른 집으로 이사하거나 공간을 부족한 에너지를 채워 유통기한을 늘리는 것이다.
공간 에너지가 다시 채우고 힘들 정도로 너무 떨어졌다면 더 나은 곳을 찾는 게 최선책이다.
그러나 이사는 당장 계약 문제나 돈, 자녀 교육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그럴 때는 적극적으로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통기한을 늘리고 싶다면 공간에너지를 충전하라.
사람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을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공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건강한 양분과 적당한 순환이 공간의 에너지 레벨을 높여줄 수 있다.
그렇다면 항상 그곳,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공간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양분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건강한 의식'이다.
밝고 건강한 생각과 감정은 나는 물론, 내가 있는 공간까지 빛나고 건강하게 만든다.
나에게 가장 편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옆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자연스럽고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말 없는 시간, 고요한 침묵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나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보자.
그 곳이야말로 둘도 없는 치유의 공간이자 집안의 강력한 에너지 충전소가 되어줄 것이다.
공간에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키워드는 '순환'이다.
공간은 사람처럼 직접 발로 뛰며 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런 공간을 움직이게 하고 순환하게 하려면 말 그대로 적당한 삶의 '마디' 마다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감정을 발산하는가에 따라 그 기운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달라진 기운은 다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간에는 그런 마법 같은 힘이 존재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그 마법같은 힘을 불어 넣어볼까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